필리핀 어학연수후 5일간 내맘대로 여행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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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돌격대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5회 작성일 14-10-31 02:26본문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으러 갔다. 호텔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조식을 제공했는데 메뉴는 갈릭 라이스(Garlic rice, 마늘밥), 스크램블 에그, 소고기 또는 조그만 생선 중 선택할 수 있었다. 부실하긴 했지만 서구문화에서는 아침을 이렇게 간단하게 먹는게 사실이니까 이해해야지.
오전 10시, 호텔에다 공항까지 갈 택시를 잡아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호텔 직원 중 한 명이 데려다준단다. 원래는 픽업서비스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데 우리를 위해 운행하는 것이니 자신에게 택시비를 주면 된다고 했다. 깔끔한 자가용을 타게되었는데 현대차였다. 나도 모르는 한국의 최신가요가 나오고 있었다. 우리에게 차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공항에 얼른 도착했으면 했다. 하기야 필리핀에서 이정도의 새 차를 갖고 있다면 꽤 잘사는 편일테지.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비로 200페소를 줬다.
마닐라 공항은 터미널이 항공편별로 3개나 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세부 퍼시픽이 국내선을 운행하는 곳(기억하기로 세부 퍼시픽은 3터미널)이었는데 터미널이 꽤 컸다. 그런데 업무가 엉망인지 공항에 체크인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10시 20분에 도착해 줄서서 기다리는데 진행이 너무나 느렸다. 그래서 보이는 직원들에게 항의를 했더니 나와 같은 비행편을 타는 사람들이 덩달아 항의하기 시작하더라. 하지만 그뿐, 딱히 뭔가를 해준다거나 하는게 없었다.
12시 비행기면 최소 30분 전까지 탑승이므로 슬슬 초조해져가는데 11시 20분쯤이 되었을 때 우리 비행편의 사람들을 앞으로 모았다. 그래서 게이트로 들어가는데 400페소의 공항세를 따로 받았다. 하여간 돈 버는데 선수라니까.
출항 심사를 거쳐 해당 게이트에서 기다리는데 이게 왠걸 우리가 탈 비행기가 한 시간 반이나 연착이었다. 뭐야 이 공항과 항공사는? 저가 항공사의 한계인가? 지난번 시드니 - 브리즈번 노선 때 탔던 타이거 에어웨이(Tiger Airway)가 떠올랐다. 이럴거면 왜 일찍 불렀어? 어차피 이곳 게이트도 사람으로 가득찼구만.
게이트 바닥에 대충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데 외국사람도 많았지만 필리핀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다들 여유있게 사는 모양인지 애들이 PSP등의 게임기며 아이패드며 각자 최소 한 두개씩의 장난감(?)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입은 옷들이며 장신구도 브랜드 제품이더라. 당장에 아침까지 머물던 숙소 근처만 돌아다녀도 한푼 달라고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이 줄 서는데 여긴 다른 세상인가? 내가 말했지? 필리핀이 한국보다 빈부격차 훨씬 심하다니까.
한 시간 15분을 걸려 거의 3시가 다 되어서야 보홀의 탁빌라란(Tagbilaran)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홀은 마닐라보다 좀 더 습하고 더웠다. 이곳에는 우리를 픽업하기로 한 필리핀 운전수가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늦는다고 문자를 줬으니 밖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겠지.
오늘 하게될 보홀 육상 데이투어는 네이버 카페 ‘보홀자유여행’(cafe.naver.com/boholhouse)에서 예약했다. 보홀섬 내 관람지인 로복강(Loboc river) 투어와 시푸드 식사 + 타르시어 원숭이(Tarsier monkey, 안경원숭이) 구경 + 행잉 브릿지 + 바클레온 성당 + 초콜렛 힐 + 맨메이드 포레스트 + 혈맹기념비 등을 들러 숙소까지 픽업해주는 것으로 2인 3600페소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에 각종 입장료와 식사가 포함된다.
물론 공항을 나오면 많은 택시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어 흥정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캐리어를 비롯한 짐도 있고 숙소는 데이투어 후 들어갈 계획이었다. 캐리어까지 있는 상태에서 괜히 돌아다닐 때마다 짐 분실을 걱정할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한국에 카페를 개설한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이곳을 알게되었다.
타르시어 원숭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라고 한다. 다 크면 손바닥만한 크기인데 야행성이라 우리가 구경갔을 때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자고있었다. 조그만 크기와 긴 꼬리 때문에 얼핏봐서는 쥐라고 착각하기 쉽다. 꼬리가 짧았으면 더 귀여웠을텐데.
낮인데도 숲 내부는 높게 자란 나무들로 인해 어두웠다.
초콜렛 힐. 말 그대로 초콜렛 언덕이란 말인데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보면 키세스 초콜렛 모양의 언덕들이 펼쳐져 있다. 가을이면 색까지 갈색으로 변해 그럴듯한 초콜렛처럼 보인다더군. 전망대까지 오르는 계단은 214개인데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를 상징하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계단을 내려오니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었다. 로복강 투어와 행잉브릿지도 보고싶었지만 예상치 못한 비행기의 연착으로 못봐서 아쉬웠다. 그런데 굳이 비행기 연착이 아니라도 육상투어를 제대로 돌기 위해서는 보홀에서 하루 머물던가 아침 일찍부터 투어를 시작해야겠다.
꽤 오랜시간을 달려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운전기사에게는 40페소를 팁으로 주었다. 호주에서도 팁 문화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 팁은 각 나라의 최소단위 화폐나 한 단계 위 정도의 화폐를 쓰는 것이 알맞다는 생각이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천원짜리 두 장 정도나 진짜 후하게 준다면 맥시멈 5천원 정도. 아니면 쓴 돈에 따라서 적절하게 조절한다던지.
뭐 본인이 능력되서 후하게 준다해도 난 충분히 할 말 있다. 마닐라나 세부 등 대도시의 택시를 탈 때 오죽하면 팁에 눈 뒤집힌 택시기사들이 그렇게도 많을까? 내가 머물던 바기오(Baguio)에서는 상상도 못해봤다.
여행자나 유학생들이 버릇을 잘못들였어. 택시가 미터기에 따라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데도 이곳의 기사들은 흥정을 안하면 움직일 생각을 안하더라. 택시비가 147페소가 나와서 150페소쯤 주는 것은 괜찮은데 200페소를 굳이 채워주니 얘들도 돈맛을 알게된 것 같다.
아무리 본국과 통화가치 차이가 난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자랑질하고 다니면 안되지. 우리나라 사람을 예로 들자면 당장에 미국이나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놀러와서 그런식으로 본인에게 돈쓴다면 고맙게 받으면서도 속으로는 욕할 것이다. 운 좋게 나라 잘 만나 태어나서 하는 꼬라지하고는...이라고.
아닌 것 같아? 미국사람은 양키, 중국사람은 짱깨, 일본사람은 쪽발이... 우리보다 다 잘난 나라 사람들한테 쓰던 비속어들이다. 그럼 필리핀 사람은 뭐라고 부를까? 당연히 없지. 그동안 욕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우리가 머물 숙소의 이름은 하모니 호텔. 아고다(Agoda)에서 2박 카드수수료 포함 108.28불(12만원, 조식포함)에 예약했다. 이번 필리핀 여행에서 이용하는 숙소 세 곳 중 가장 비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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