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지루했던 여행, 알고 가고 싶은 초보 여행객 ^^
작성일 13-07-1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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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너무 늦게 알았다는 후회막심함 + 무궁무진한 정보에 대한 갈구가 합쳐져서
몇시간 째 카페에 죽치면서 댓글달고 있는 제 모습을 봅니다. ^^;
얼른 다른 분들하고 친해져서 정모도 가고 필핀도 같이 가고 하고 싶네요 ^^
현지에서 거주하시는 분들도 꽤 되는 듯 하군요 ~
음.. 딱히 뭐 특별난 여행은 아니었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뒹굴거리고 싶어 세부를 가기로 작년에 결정했었습니다.
호구잡힌 것도 실은 많지 않아요 ^^ 그래도 왠지 충분히 못 즐기고 왔다는 감이 있어,
알고가자는 의미로 후기를 올려봅니다.
4월초순에 3일(4일?)간 세부에 다녀왔습니다.
증권사엘 다니고 있는데.. 이 직업이 다른건 몰라도 휴가는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거든요 ^^
아시아 권역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항공권 예약할 때부터 주변에서 조심하란 이야길 많이 하더군요.
이제 서른인데, 20대 때 워낙 이탈리아나 스페인 뒷골목 등 헤집고 다니던 기억이 있어서 별 생각도 안했었죠..
이번 여행에서 느꼈지만 몸이 20대랑 30대는 참 다르단 걸 느꼈습니다. ㅠㅠ
혼자 하는 여행도 어쩌다 보니 처음이었는데,
물갈이 하느라 배탈나서 호텔서 하루 썩으면서, 혼자 하는 여행도 아프면 진짜 서럽구나 하는 생각마저..
아무튼 자게에도 썼지만..
이래저래 정신없는 일이 겹치면서 항공권이랑 숙소만 예약해 놓고 근 5~6개월간 신경도 못 쓰다가,
막상 3월말 되니 정신이 없어집니다. 일은 더 많아지고 언제 출국인지도 잊게 만들더군요.
... 일주일전에 갑자기 생각났고
... 전날까지 또 까먹었다가, 당일날 오후 조퇴 급하게 내고 짐 대충 싸서 공항 갔습니다.
네..
정보란 거 자체가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뭐 아무튼 어찌됐건 휴가인데다가 해외가면 바빠도 신나잖아요? 차가 이상하게 밀리는데도 콧노래만 부르면서.. 시간 다 가까워지고..
일단 공항 달려들어가서 환전환전 찾았더니 조그만 은행창구에서 직원이 달러로만 우선 바꾸라고 하더라구요.
거기 가서 페소로 바꾸시는게 낫다고.. 친절하네요 바빠보이던데.. 후딱 환전하고 비행기 올라탑니다.
그야말로 기절했습니다. 서른은 정말 마법의 나이인 것 같아요.
여자처자 공항 도착해서 .. 필리핀은 희한한 냄새가 나더군요 ^^ 해외 나가면 늘 처음 맞이하는 냄새의 향연~
자 이제 빨리 가서 자야겠다.. 달러 탈탈털어 환전하고 매리어트 호텔로 향합니다. 예상보다 페소 적게 나오네..
알고보니 환전하려면 거기서 하면 안된다더군요.
영어 기본만 하면 된다고 그랬는데 택시기사 하는 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필리핀영어는 미국식 영어가 아니고 정말 필리핀 식 영어더라구요.
"매리엇 플리즈" 했더니 왓? 왓? 계속 이래서 뭔가 잘못된 거 같아서.. 혀 안꼬고 "매리어트"하니까 아하~~ 뭐 이런 반응이 오더라구요.
뭔가 히죽거리면서 이야기하는데 도무지 못 알아듣겠어서 그냥 잠자코 있었습니다. 출발..
택시탔는데 미터 안켜더라구요. 여기도 뭐 제주공항 택시기사마냥 하는가보다..
500 페소 달라고 해서 줬습니다. 팁도 달라고 해서 얼마냐 그랬더니 다섯 손가락 펴면서 피프티.. 50 주고..
나중에 밥 먹다가 한국분이랑 이야기하면서 들었는데 엄청 많이 준거라더라구요.
이런거 늦게 알면 속상하죠..
암튼 늦은 하루밤 잠에 취해버리고, 담날 어떻게 또 새벽같이 일어나서 밥 먹었습니다.
음 가격은 거의 여의도호텔 수준인데 여러가지로 수준급이더군요.
다음날..
이번 여행이 그저 쉬는 여행이라.. 아일랜드 투어인가 할 수 있다고 해서 알아보러 갔습니다.
프론트에 가서 이래저래 정보를 얻었는데, 보통 매리어트에서는 시티 투어 하고 수영장 이용한다 이야기하더라구요.
저도 이렇게 날씨가 희한할 줄은 몰라서.. 그래 무슨 투어냐 그냥 수영이나 좀 하자 했죠.
배가 요새 좀 나와서 에이 해외인데 어때~ 하다가 뭐 막상 나와보니까 한국분들 엄청 많아서 좀 쪽팔렸습니다.
티셔츠 입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저쪽엔 아저씨들 난닝구 엄청 입으시던데..
전 별로 어디가서 진상부리는거 굉장히 싫어해서.. 주섬주섬 빤쓰수영복 하나 입고 혼자 허우적허우적..
이 때가 진짜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 곳에서 나 혼자 신선놀음 수영이라니.. 기분 정말 좋더군요.
그 조그만 풀에서 거의 한 두시간을 허우적대고 나와서 누워 있다가 또 들어가고..
점심엔 나가서 어디 쇼핑몰이 있다고 해서 구경하려고 하다가, 방에 와서 또 자니 밤이네요 ^^
점심도 안먹고 잠이나 자다니.. 예전 체력이 아닙니다.
대충 스낵 채우고 수영장 보면서 산미겔 한잔 하니 기분 참 좋더군요. 이런 여유로운 호텔 호사라니..
영국에서 가족 일행이 있었는데, 다른 일행이 올라가고 아저씨 한분이 쪼인하시기에 같이 맥주 홀짝하니 얼큰해지네요.
내일은 뭐하지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나 너희와 다니고 싶다, 아까 보니 애들 많던데 내가 한명 책임져 주겠다 이러니 흔쾌히 응하네요.
내가 미쳤지 라고 내일 생각하게 됩니다.
평범히 일어나서 아침먹고 만나기로 한 11시에 로비에서 접선..
가이드가 있더라구요. 어쨌건 졸졸..
워킹투어라고 하더라구요.
음.. 기억에 남는건 주택가 하수구.. 일본식 사원인가도 있던데 이건 뭐 놀이동산인가.. -_-
영국애들 겁나 잘 뛰어 놀아요.. 내가 미쳤지..
녹초되어서 어두워질 때 복귀..
맥주 한잔 또 하자고 해서 또 시체되고..
다음날 정신도 못차리고 한국행..
그냥 여유롭게 즐기고 싶어서 간 여행이어서 막상 4일간 굉장히 편하긴 했었습니다.
근데 뭐랄까 이런 여행이라면 제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 같고..
돌아와서 필리핀 여행기 같은 거 찾아보니,
바바에?! 바호핑 뭐 이런 정보들도 엄청 많고.. 제 세부 여행 내내 여자란 없었는데..
저도 남자라 관심 굉장히 많거든요!? ㅠㅠ..
난 대머리 영국 아저씨랑 맥주 이틀 내내 마시고.. 내새끼도 아닌 애들 보고..
물론 즐거웠지만 왠지 알고 가면 더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구요.
마간다 카페 알고 나서 지금 하루 죙일 눈치봐가며 여기 살고 있네요.
다음엔 저도 버라이어티 한 여행에 한번 동참하고 싶습니다.
쓰고보니 엄청 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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