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옛날 지구상의 사람들은 코가 없었다. 단지 얼굴 한가운데에 두 개의 작은 구멍으로 숨을 쉴 뿐이었다. 후안이라는 필리피노가 살았었는데, 어느날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진흙탕에 엎어졌다.
겨우 일어난 후안은 얼굴중앙에 한 움큼의 진흙이 붙은 것을 발견하고 떼어내려 노력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그는 이 진흙덩어리 덕분에 미남으로 찬사받기 시작했으며, 이를 부러워하던 친구들은 후안처럼 되려고 시도했다.
결국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의 심부름을 가던 후안은 그만 실수로 얼굴의 진흙덩어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시 붙이려고 애썼으나 허사였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날을 지내던 후안은 친구와 마을 해변가에 갔다가 닻을 내리는 배를 보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그 배에서 공짜로 ‘코'를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배로 달려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코'를 가져가기 위해 법석이었다.
결국 남은 거라고는 납작하게 눌린 코뿐이었다. 후안을 포함한 필리피노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코를 갖게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그때 얻은 코모양이 남아 있는 것이다.